어느 가을 날, 한국에 온지 4년도 넘은 외국인 친구 다니엘이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 여행을 가자고 조른다. 청명하게 높은 하늘 아래 나긋나긋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느끼며 한옥의 고즈넉함과 전통문화를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곳. 머리속에 남산골 한옥마을이 떠오른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 그렇게 전통향기가 가득한 남산골 한옥마을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전통향기 가득, 남산골 한옥마을 가는 길
남산골 한옥마을은 대도시 서울, 거기에 사람 많기로 유명한 중구 충무로에 위치해 있다. 조선시대에는 흐르는 계곡과 천우각이 있어서 여름철 피서를 겸한 놀이터로 이름나 있었다지만, 지금은 빽빽이 들어선 빌딩 숲 사이에서 우리네 전통가옥을 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는 관광지로 더 유명하다.
한옥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건 천우각과 청학지. 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이는 청학지를 바라보며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자니, 어느새 일상에 찌든 때들이 어디론가 날아갔는지 어깨가 가벼워진다.
본격적인 한옥 구경에 앞서 다니엘과 안내도 부터 꼼꼼히 살펴본다. 유창하게 다니엘에게 설명하고 있는중… 영어실력이 빛나는 순간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전통가옥이 있는 본관으로 고고씽 해볼까?
포구락 놀이를 아시나요?
본관 앞마당에 마련해 놓은 전통놀이기구들. 호기심 만땅인 다니엘, 제기차기가 있다며 신나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제기랑 비슷하긴 한데 뭔가 다른 것 같다.
옆에 있는 안내판에 ‘포구락 놀이’ 라고 쓰여 있는 것을 발견! 잘난체를 하며 다니엘에게 놀이방법을 설명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다니엘의 비웃음과 고함뿐! "영문으로도 다 쓰여 있단 말이닷!"
그렇게 포구락 놀이에 feel을 받은 것일까? 우리는 갖가지 놀이 널뛰기, 윷놀이, 투호에 홀딱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역시, 우리네 전통놀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중독성이 강하다.
P.S 포구락 놀이는 장식판 상단에 뚫린 동그란 구멍으로 콩주머니를 던져 넣는 놀이로, 궁중 무용의 일부분을 민속놀이화 한 것이란다.
멋진 한옥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원은 빌고 가야 한다” 는 나의 협박에 다니엘도 마당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우물에 10원짜리 동전 던져 넣곤 본관 가옥으로 들어선다.
사대부 가옥부터 서민 가옥까지 당시의 생활 방식을 한자리에 볼 수 있도록 집의 규모와 살았던 사람의 신분에 걸맞은 가구들이 예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멋진 한옥의 향연이 눈앞에 펼쳐졌다고나 할까?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가옥 구경을 하다가 툇마루에 잠시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신선노름이 따로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다니엘도 마치 자기 집인 냥, 편하게 앉아 “한옥은 정말 멋져”를 연발했다.
먼발치의 남산타워가 눈앞의 기와지붕과 중첩해 있다.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접점에 남산골 한옥마을이 있었다.
보람찬 하루일을 끝내노라면
살짝 다리가 아파왔지만, 꿋꿋하게 남산골 한옥마을 탐험을 마친 다니엘과 나! 서너 시간만 투자하면 우리네 전통가옥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덤으로 남산으로 이어져 있는 아름다운 산책로까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우리의 전통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남산골로 가보라고 등을 떠밀고 싶다.
남산골만의 매력이 소슬한 가을향기처럼 다가올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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