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소니코리아에서는 여러분의 퀄리티 높은 사진 생활을 위해 프로 사진작가들의 촬영 노하우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박흥순 작가가 소개하는 ‘운해를 찾아 떠나는 오도산 출사기’입니다. 지금 바로 만나보시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출사를 떠나기 전 준비부터 실제 촬영, 그리고 결과물을 얻기까지의 전 과정을 여행기로 준비해봤습니다. 함께 풍경사진 출사를 나가듯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2018년 9월 추석 연휴!

다행히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를 접한다. 올해 운해 시즌이 시작된 후, 시간도 없고 날씨도 따라주지 않아 출사를 떠나지 못했는데 이런 황금연휴에 날씨까지 도와준다니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D-Day는 연휴 첫날인 9월 22일! 

목표지는 나에게 성지라 할 수 있는 경남 합천 오도산으로 정한다. 먼저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기상청 홈페이지를 확인하니 조건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가시거리, 습도, 온도, 풍속 등 모든 조건이 '얼른 달려가세요'라고 유혹하는 듯 하다.



출사를 앞둔 늦은 밤, 날씨를 다시 확인하니 벌써 시정(視程, visibility – 대기의 혼탁도를 나타내는 척도)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설레는 마음으로 장비를 챙겨본다. 풍경사진은 화각만 갖추면 된다는 나의 평소 생각을 반영한 듯, 참으로 단출하기 그지없다. 



장비를 다 챙긴 홀가분한 마음에 잠을 청해보지만, 역시나 뒤척뒤척 잠이 오질 않는다. 이러면 새벽에 일어나기 힘든데, 퍽 곤란하다. ‘이럴 바에는 버티다가 밤을 새우고 가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나도 모르게 잠깐 잠이 들었다.



#출사 당일

새벽 두 시 반을 알리는 알람 소리가 날 흔들어 깨운다. 깜짝 놀라 눈을 뜬다. 십수년 째 겪는 일이지만 새벽잠 많은 나로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리며, 마지막으로 기상상태를 확인해본다. 


“아이고, 이런!”


시정이 한치 앞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버렸다.


당시의 시정


마음이 급해진다. 이런 경우는 안개에 주요 촬영 포인트가 다 가려졌거나, 완전히 압축되어 내려앉아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서둘러 출발한다. 앞이 거의 안 보이니 가는 길에 시간은 지체되고, 마음은 더 급해지며,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고라니도 신경 써야 한다. 여러모로 피곤해지는 출사길이 아닐 수 없다.


고령의 짙은 안개를 뚫고 해인사 톨게이트를 지나자, 막상 안개가 하나도 안 보인다. 안개가 너무 없어도 곤란한데, 걱정이다. 근처 편의점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추스른 후, 오도산을 향해 다시 출발한다. 간간이 옅은 안개층이 눈에 띈다. 다시 기대감이 상승한다.


드디어 산 입구에 도착. 산 길을 거의 10Km 정도 올라야 포인트인데, 여기가 시작점이라고 보면 된다.


오도산 입구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후 산길을 오른다. 거의 200번 이상을 다닌 길이지만 혼자일 땐 룸미러를 쉬이 보지 못한다. 꼭 누가 뒷자리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에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선다. 

오도산 촬영 포인트로 가는 길


이 길은 매년 가을 초입에 벌초를 하는데, 아직까지 3분의 1 지점까지만 벌초가 되어 있어서 이후부터는 나뭇가지가 차 옆면을 사정없이 긁는다. 내 마음도 함께 긁히는 듯 하다.

잡목으로 뒤덮인 길을 뚫고 올라서니, 산 아래 절경이 펼쳐진다. 마치,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냐며 특별히 아껴왔던 보물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러니 내가 오도산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서둘러 삼각대를 펴고, 새벽의 절경을 담기 시작했다. 5분 여의 기다림 후에 카메라 LCD로 보이는 풍경의 장엄함… 이 맛에 십수년째 달콤한 새벽잠을 포기하고 한달음에 달려온다.

α7R l 297s l F5.6 l ISO 400


별빛이 쏟아지고 안개가 피어 오르는 오도산의 절경을 정신 없이 찍고 있으니, 산 아래서 차들이 올라오는 게 보인다. 연휴의 시작이라 그런지 평소와는 다르게 줄을 지어 올라오는 불빛들. 사람이 몰리는 장소를 싫어해서 유명 출사지는 잘 가지 않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다.

여명이 올라오면서 온도가 더 떨어지고, 온몸에 추위가 엄습해온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위 때문에 고생했는데, 벌써 손끝이 시린 시기가 되었다. 차창에 반사되는 여명 빛이 오늘따라 참 곱다.


운해가 본격적으로 흐르길 기다리면서 몇 장 더 찍어본다.

α7R l 30s l F5.6 l ISO 200

α7R l 132s l F7.1 l ISO 200


오도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방향은 이미 안개로 덮여버려 흔적도 보이지 않지만, 요즘 같은 시기엔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다. 

2018년의 오도산! 나는 이렇게 산등성이로 빛이 쏟아지는 장면을 좋아한다.

α9 l 1/60s l F10 l ISO 100


드디어 해가 올라오면서 안개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타임랩스를 담기 위해 카메라 세 대가 각자의 화각으로 부지런히 셔터를 누른다.

α7R II l 0.8s l F9 l ISO 100

α7R II l 20s l F13 l ISO 50

α7R II l 13s l F14 l ISO 50

α7R II l 25s l F22 l ISO 50

α7R II l 2s l F8 l ISO 100

장장 세 시간에 걸쳐 다채롭게 펼쳐진 화려한 운해쇼를 뒤로 하고 이제는 철수해야 할 시간이다. 돌아가는 길에, 종종 들르는 작은 하천을 찾았다. 물안개는 이미 절정을 지나 점점 사라지고 있다.

α7R II l 1/400s l F8 l ISO 100

위의 사진 크롭


항상 느끼는 것은, ‘10분, 아니 5분만이라도 일찍 왔으면!’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다. 지금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이보다 멋진 풍경이 내가 오기 전에 이미 지나간 게 아닐까’ 싶은 그런 아쉬움이다.

오늘도 역시 똑같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추석연휴 첫 풍경사진 출사를 마무리한다. 항상 아쉬움이 남기에 계속 그 자리에 머물게 되는 이런 게 풍경사진인가보다.




지금까지 박흥순 작가의 ‘운해를 찾아 떠나는 오도산 출사기’를 함께 만나보셨습니다. 결과물만 봤을 때에는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만 했던 풍경사진에 이토록 많은 시간과 고생이 들어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운해 시즌이 시작되었으니, 여러분도 새벽 잠을 떨치고 근처 산이라도 한 번 올라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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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스타일지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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